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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의 언어발달은 아이의 사회성, 인지력, 정서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늦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언어지연인지, 혹은 자폐 초기 증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불안해지기 마련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문가의 시각에서 언어지연과 자폐 초기의 주요 차이점을 정리하고, 정확한 판단과 조기 개입을 위한 진단 포인트를 안내합니다.
언어지연의 특징과 원인
언어지연은 유아가 또래 평균보다 말하기 시작이 늦거나 어휘 수, 문장 구성력이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만 2세 전후로 단어를 사용하고, 만 3세부터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 표준 발달 단계입니다. 하지만 언어지연은 단순히 말이 늦는 경우와 다양한 발달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단순 언어 발달 지연입니다. 이는 청력 문제, 이중언어 환경, 부모의 말 걸기 빈도 부족 등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인지나 사회성은 정상이며, 언어 자극을 주면 발달 속도를 따라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은 느리지만 지시를 잘 따르고, 또래와 잘 어울리는 경우입니다. 또한 일부 아이는 ‘말 없는 생각’이 빠른 유형으로, 인지력은 높지만 언어 표현이 뒤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조기 교육보다는 기다림과 자극이 필요한 사례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어지연이 반드시 자폐나 발달장애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만 언어지연이 만 3세 이후까지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폐 초기 증상의 언어·사회성 특징
자폐스펙트럼장애(ASD)의 초기 증상은 언어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관심사, 반복행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특히 18~36개월 사이에는 자폐의 조기 신호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는 시기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어 측면에서 자폐 아동은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기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거나, 울음을 통해 요구를 표현하고, 타인의 말을 흉내 내는 ‘반향어’를 반복하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사회성 면에서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자폐 아동은 또래에게 관심이 없거나 눈을 잘 맞추지 않고, 감정 표현이나 공감 능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가리키기(지시), 손짓, 고개 돌리기 등 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된 경우 자폐 초기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외에도 자폐 아동은 특정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돌리거나, 동일한 놀이만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며,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면 언어지연 아동은 이러한 반복 행동보다는 표현의 어려움이 주된 특징입니다. 따라서 단순 언어지연과 자폐를 구분할 때는 단지 “말이 늦다”는 점보다 사회적 상호작용과 비언어적 행동을 함께 관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진단 체크리스트
언어지연과 자폐를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지만, 부모가 미리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존재합니다. 아래 항목은 발달 전문가와 소아정신과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자가 체크 포인트입니다.
① 사회적 반응:
-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는가?
- 눈 맞춤을 자주 하는가?
- 부모의 감정 표현(웃음, 놀람 등)에 반응하는가?
② 의사소통 능력:
- 요구를 표현할 때 말 외에도 손짓, 몸짓 등을 사용하는가?
-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가리키는 행동이 있는가?
- 의도를 가지고 소리를 내거나 엄마, 아빠 등을 부르는가?
③ 놀이 및 관심사:
- 또래와 어울려 노는 것을 즐기는가?
- 장난감을 다양하게 활용하거나 상상놀이를 시도하는가?
- 특정 물건이나 동작을 집착적으로 반복하는가?
이러한 항목 중 2개 이상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관찰된다면, 단순 언어지연보다는 자폐 스펙트럼 가능성을 고려해 조기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기 개입은 향후 발달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기관에서는 ADOS, CARS 같은 표준화된 진단 도구를 활용해 정확하게 자폐 여부를 평가하며, 언어치료, 놀이치료, 행동치료 등으로 개인별 맞춤 개입이 이뤄집니다.
언어지연과 자폐는 초기 증상이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다릅니다. 아이의 말이 늦다고 해서 곧바로 걱정하기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 눈 맞춤, 놀이행동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안하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조기 개입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은 기다림보다는 정확한 관찰과 적절한 대응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